일본군'위안부' 문제 언론 자료 창고/2003-2006

[한겨레]이승연의 말솜씨와 공인의식

윤명숙 2004. 2. 21. 10:32

이승연의 말솜씨와 공인의식

 

[한겨레] 이승연은 말 잘하는 연예인에 속한다. 상당수 연예인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서툰 데 반해 그는 자신의 의중을 조리있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편이다. 그가 1997~98년 여성 연예인으로는 최초로 토크쇼 프로그램(에스비에스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의 진행을 맡았던 사실을 떠올린다면 그의 말솜씨는 금방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말솜씨에 자신이 넘쳐서인지 자기중심적인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 공인의식이나 사리분별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군대 위안부를 소재로 한 누드 영상프로젝트 파문도 우리의 아픈 역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 못지않게 결국 자신의 행위를 무리하게 합리화하려는 이승연의 궤변이 국민적 분노를 키운 측면도 있다.

그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군대)위안부 출신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추진했다”고 말함으로써 사람들의 귀를 의심하게 하더니 지난 14일 월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는 “누드를 찍은 사실이 없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일인데 그분들이 싫다고 하시네요” “그분들을 만나면 사죄할 것이지만 기획의도를 설명하겠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반발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등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결국 그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파문 닷새 만인 17일 군대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찾아가 무릎까지 꿇고 사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할머니들이 “사진을 불태우지 않고서는 용서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그를 받아들이지 않은 까닭은 그의 말에서 진심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었을까 과거 그의 행적과 말을 더듬어보면 이번 이승연 파문은 예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난 98년 운전면허 불법취득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연예인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공인의식이 있었다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운전면허 부정발급 사건이 공개되기 한달 전 그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6개월간의 준비 끝에 운전면허를 땄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직후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에서 중도하차한 그는 재판 동안 팔장을 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변호인의 주문을 받고 자세를 고쳐앉는 등 ‘스타기질’을 발휘했다고 당시 언론에 보도됐다.

또 사고를 친 지 1년도 못돼 당당하게 드라마를 통해 복귀하면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범법행위를 했지만 부풀려진 부분도 있어요. 학원에서 코스시험만 빼주었는데 돈 주고 면허증 산 것처럼 알려졌죠. 법원에 갈 때 맨얼굴인데다 눈이 부어서 선글라스를 낀 것을 두고도 건방진 태도라고 하더군요”라고 말했다.

또 컴백 반대론자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자기를 좋아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절 싫어하시는 분 주장도 일리가 있어요. 그러나 제게 연기활동은 업이에요. 능력 부족으로 모든 사람들이 절 외면한다면 그때는 전업해야죠.”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