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위안부’ 국제청원 주도 이현숙씨 “9월 유엔총회 상정 목표”
‘아바즈’ 통해 전세계 6만여명 청원, “100만명도 가능”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입력 2012-09-04 10:18:17 수정 2012-09-04 12:59:56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제적인 움직임이 가속화 되고 있다. 전세계 6만여명 이상이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제 67회 유엔총회에서 전쟁 중 성노예제도를 특별 안건으로 정해, 이 이슈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적인 청원 사이트인 '아바즈(www.avaaz.org/petition)'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Avaaz(힌두어, 파키스탄 우루두어, 페르시아어, 네팔어, 다리어, 터키어, 그리고 보스니아어로 '목소리'나 '노래'라는 뜻)는 인권문제, 기후변화, 빈곤, 국제사회의 안보문제 등의 이슈에 시민들이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제적인 청원사이트 중에서도 1500만명 이상이라는 가장 많은 회원수를 자랑하며, 시민들의 청원을 바탕으로 각국 정부의 정책이 바뀐 경우도 많다.
그러나 국제적인 명성과는 달리 '아바즈'는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위안부 문제에 다수의 한국인이 청원에 동참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영향력을 알고 '아바즈'에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한국인이 있었다. 당사자인 이현숙(34)씨를 통해 '위안부' 국제청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현숙
국제 청원사이트인 '아바즈'에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이현숙(오른쪽)씨의 모습
현재 국제여성연대활동네트워크에서 일하고 있는 이현숙와 동료들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현숙와 그의 동료들이 함께하는 '한풀이'(Liberating Herstory)팀은 지난 7월 뉴욕에 있는 스티브 카발로 (Steve Cavalro)라는 화가에게 직접 연락해 그의 그림을 공수받아 한국에서 전시 행사를 열었고, 정대협은 이 행사 안에서 워크샵을 진행했다.
이현숙씨는 '아바즈'가 최근 한국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새로 만들면서 회원들 몇 명에게 보낸 청원을 해보라고 메일을 받은 뒤 '이 기회에 위안부 문제를 유엔 결의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최초로 청원을 제기했다.
그는 빠른 시일에 많은 사람들이 청원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주관적인 판단에는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것이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채택되면 80~100만명이 일주일안에 가능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현숙 씨가 독려하는 이유가 뭘까. 그는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신 동안 마음의 한을 풀고 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청원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현숙 씨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시대에 교육받은 여성들이 하는 일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일이 일어난 건 할머니 세대지만 해결하는 건 우리세대에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Avaaz
국제 청원사이트인 '아바즈'에서 전쟁 중 성노예제도를 제 67회 유엔총회의 특별 안건으로 정해 이 이슈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아바즈에 청원을 하게 된 계기는? 6만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 했는가?
최근 '아바즈'에서 한국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새로 만들면서 회원들 몇 명에게 청원을 해보라는 메일이 왔다. 메일을 받은 뒤 '이 기회에 위안부 문제를 유엔 결의안으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고 보지 않는다.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고 또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서명을 받아낸 적이 없기도 하다. 이것이 국제 캠페인으로 채택되느냐는 이번주에 결정이 되는데, 국제 캠페인으로 채택되면 80~100만명은 일주일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여성인권 관련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국제여성연대활동네트워크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는 보편적인 여성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 보니 기지촌 여성문제 관련 단체와도 함께 일한다. 필리핀 여성들 도와주는 여성 단체와도 함께 일하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정대협과는 2009년부터 파트너처럼 긴밀하게 일하고 있다. 현재 영어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위안부 문제를 해외에 알리는 것이 목적으로 영어를 할 수 있는 팀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국제 여성연대활동 네트워크는 2006년도 캐나다 기자에 의해서 출범했다. 당시 캐나다 기자가 한국에 왔다가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된 뒤 '나눔의 집' 국제 활동 팀으로 일하다가 정대협과 협력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동료들과 함께 뉴욕에 있는 스티브 카발로(Steve Cavalro)라는 화가에게 연락해 그림을 공수받아 전시 행사를 한국에서 열었고, 정대협은 행사 안에서 워크샵을 열기도 했다.
여성인권, 위안부 문제 등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있었나?
2006년도에 대학원에 다니면서 페미니즘을 학문으로 공부했었다. 그 과정에서 '나눔의 집'(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에 가서 할머니를 뵙고 말씀을 나누는데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내용을 듣고 혼란스러웠다. 우리나라에 여성인권이 제대로 서려면 이 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안부 문제를 무시하고 특정 여성의 인권을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안부 문제는 미하원 결의안으로 채택 되는 등 국제적 이슈로 다뤄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지 않다. 그 이유가 뭘까?
수요시위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이 문제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이다.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이 잘못됐다.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불편한 관계가 있을 때 마다 무마하는 카드로 꺼내드는 정도다. 독도 문제가 나올 때 '니네는 위안부 문제 해결해라' 이런식이다. 굉장히 비생산적이라고 본다. 이러니 일본 정부도 단발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 아니겠냐. '증거가 있냐'는 등 이런말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중재위원회를 세워야 하는데 일본정부가 거부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제소를 해야 한다. 시민단체에서는 형사재판소에 제소한다고 하는데 변호사에게 들어보니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세워진 시기보다 훨씬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 제소가 안된다고 하더라.
모든 것이 한곳에 모아져서 힘을 실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UN결의안을 통해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을 실어야 한다. 한국정부가 현재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 여성인권 의장국이다. 이번년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명운동을 통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은?
한분이라도 더 살아계신 동안 마음의 한을 풀고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일이 일어난 건 할머니 세대지만 해결하는 건 우리세대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시대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교육받은 여성들이 하는 일이 없는 것 아닌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순간 꼭 해야 할 일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이것을 꼭 해결하는 것이다.
전지혜 기자 creamb@hanmail.net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