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제력 증가와 함께 장모 목소리 커져  | |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장모와의 갈등을 호소하는 사위들의 상담전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직장인들 모습. ⓒ미디어다음 김준진 | 지난 5월 30대 초반 회사원 ㅊ씨는 “아내와 별거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남성의 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짧은 연애기간을 거친 후 결혼했는데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장모가 불평을 시작했어요.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는 제가 대성할 인물이 아니라며 못마땅하게 생각했죠. 장모님은 제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 보다 낫다며 아내와의 이혼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장모와의 갈등을 호소하는 사위들의 상담전화가 증가하고 있다”며 “20~30대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장모-사위 갈등이 증가추세에 있으며, 장모가 나서서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달라진 세태를 전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시가와의 갈등만 있었던 상담 분류항목에 1999년부터 장모-사위 갈등을 추가했다. 상담 관계자들은 “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많아진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손자, 손녀를 대신 키워주는 장모가 많아지면서 장모와 사위의 접촉이 늘어난 때문으로 보인다”며 “딸의 경제력이 증가하면서 ‘장모의 목소리’도 커졌다”고 설명한다.
“딸아, 죽어도 그 집 귀신이 되거라”는 옛말 지난해 12월 회사원 ㅂ씨(35세)는 “괄괄한 장모와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맞지 않아 갈등이 심하다”며 상담전화를 걸었다. “술을 마시고 조금 늦게 들어갔는데, 장모님이 아내에게 ‘네가 뭐가 못나서 이렇게 사느냐’며 큰소리를 냈고, 아내는 ‘이혼하면 될 것 아니냐’며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ㅂ씨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 다섯살짜리 아들과 세살짜리 딸을 봐주는 장모님을 위해 퇴근길에 맛있는 음식도 사오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이는 더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고 친정에 온 딸에게 ‘죽어도 그 집 귀신이 되라’며 내쫓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남편과의 갈등으로 딸이 힘들어 하는 경우 ‘이혼하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 것이 요즘 엄마들”이라고 말한다. 조상담위원은 자녀의 부부생활에 간섭하는 부모들에게 “부부 문제는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며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부부갈등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남자들 ‘아들 같은 사위 되어달라’는 요구 부담스러워 해  | | 아들 같은 사위를 기대하는 장모들의 바람은 장모-사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디어다음 김준진 | 조상담위원은 사위들의 이중적 잣대를 지적하기도 했다. “요즘 젊은 남성들을 보면 스스로 굉장히 트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본가와 처가를 구분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이를 처가에 맡기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아내가 처가에 잘하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처가와 본가를 동등하게 보지 못하는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사고는 ‘아들 같은 사위’를 기대하는 장모들의 바람과 충돌하곤 한다. 결국 장모-사위의 갈등은 딸에게 집착하는 장모와 엄마에게 의존하는 딸, 처가를 무시하는 사위가 만들어가는 ‘합작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옥 소장은 “20, 30대 젊은 남성들이 놀랍게도 아버지 세대 만큼이나 보수적이며 남성의 의식이 여성의 변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소장은 갈등을 겪고 있는 남성들에게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남성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보는 게 필요하다”며 “다른 이들과의 부부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갈등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아내를 훌륭하게 키워 준 장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자신의 부모님처럼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친정과 시댁 어른들도 결혼한 자녀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놔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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