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3월17일, 600회맞는 위안부할머니 수요시위
![]() | ![]()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대협 주최로 열린 599회 수요집회에서 간디학교의 한 학생이 울먹이자 할머니가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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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며 12년째 매주 수요일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가 다음주로 600회를 맞는다.
지난 1992년 1월8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관으로 30여개 회원단체가 참여하면서 시작된 ‘수요시위’는 지금까지 참여인원 3만여명, 발표문건 600여건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집회’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첫 시위가 열린 이래 그 전까지 숨어지내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용기를 얻어 하나둘씩 세상에 모습을 나타냈고, 위안부 문제는 수치스런 개인사가 아닌 민족적 해결과제라는 인식을 끌어냈다. 또 일본정부의 위안부 연행사실 공식 인정·사죄 및 배상을 요구하는 정대협과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풀지 못한 채 잊혀져 가는 아픈 역사를 국민들의 기억속에 되살리는 살아있는 역사책이 되어왔다.
‘수요시위’에는 처음 정대협과 회원단체 회원등의 주도로 시작됐지만 차츰 여성·시민사회단체의 참여로 확산됐다. 유치원생부터 고교생·대학생·독립군 할아버지·재미교포 등 일반인의 참여가 줄을 이으면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요구하고 나섰고, 한·일 양국 국회의원, 대만 위안부 할머니, 해외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국제적인 인권·평화 집회로 자리잡아갔다.
‘수요시위’가 계속되는 동안 지난 93년에는 빈 세계인권대회 결의문에 위안부 문제가 포함됐고, 98년 유엔 인권소위원회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 배상을 요구하는 ‘맥두걸 보고서’가 채택되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지난해 7월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일본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가 책임질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로 정부에 신고한 212명의 할머니 가운데 지금까지 모두 80명의 할머니가 한을 풀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정대협은 이제 80세가 넘은 고령의 할머니들이 한분 두분 세상을 떠나자 지난해 12월부터 ‘위안부 명예와 인권의 전당’ 건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역사박물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정대협 신혜수 대표는 “할머니들이 생활비를 아껴 돈을 내고 네티즌들이 성금을 모아 냈지만 20억원정도의 건립비를 감당하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전 국민이 마음을 모아 기금모금에 참가하고 서울시와 정부도 지원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열리는 600회 ‘수요시위’는 미국 뉴욕·일본 토쿄·독일 베를린 등 전세계 10여곳에서 해외 시민단체들 주최로 동시에 열리며, 국내에서는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평화를 염원하는 ‘600인 선언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